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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렐리아 여행(모렐리아 대성당, 제왕나비, 파츠쿠아로)

by nimo_nga 2026. 5. 7.

모렐리아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분홍빛 화산석으로 가득 찬 도시 한복판에 서는 순간, 유럽 어딘가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거든요.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바로크 건축이 이렇게 온전히 살아있는 도시를 저는 멕시코에서 다시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 도시는 건축만이 아니라, 해마다 수백만 마리의 제왕나비가 찾아드는 자연의 기적까지 품고 있습니다.

모렐리아는 1541년 스페인 정복자들이 건설한 최초의 식민지 도시 중 하나입니다. 원래 이름은 바야돌리드(Valladolid)였는데, 멕시코 독립 영웅인 호세 마리아 모렐로스 이 파본(José María Morelos y Pavón)을 기리기 위해 1828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도시 이름 자체가 독립의 역사를 담고 있는 셈이죠.

다운타운 전체가 역사지구(Historic Centre)로 지정되어 있어서, 거리를 걷다 보면 수백 년 된 석조 건물들이 오늘날 레스토랑이나 호텔로 멀쩡히 쓰이는 광경을 자연스럽게 마주칩니다. 역사지구란 도시의 특정 구역을 법적으로 보호하여 원형을 유지하도록 관리하는 구역을 뜻합니다. 이 역사지구는 1991년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는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란 인류 전체의 관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다고 인정받은 장소를 말합니다.

모렐리아 대성당, 야경이 진짜다

도시의 심장부에는 모렐리아 대성당(Catedral de Morelia)이 서 있습니다. 높이 70m에 달하는 쌍탑을 가진 이 건물은 18세기 바로크 양식(Baroque style)의 대표작입니다. 바로크 양식이란 17~18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건축 양식으로, 화려한 장식과 웅장한 규모가 특징입니다. 성당 내부에는 프레스코화와 4,600개의 파이프로 이루어진 파이프 오르간이 있습니다. 파이프 오르간(Pipe Organ)이란 공기를 파이프에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건반 악기로, 유럽 성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악기입니다.

제가 직접 가보니, 금요일과 토요일 밤 8시가 되면 성당 외벽 전체에 라이트 쇼가 펼쳐집니다. 멕시코의 역사적인 장면들을 조명과 음악으로 표현하는 공연인데, 어둠 속에서 빛으로 물드는 분홍빛 석재의 질감이 생각보다 훨씬 강렬했습니다. 라이트 쇼가 없는 날도 야간 조명만으로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광장에서 마리아치(Mariachi) 밴드의 생연주가 흘러나오는 밤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고요. 현지인과 여행자가 뒤섞여 그 음악을 같이 듣고 있으면, 멕시코 특유의 정취가 피부로 느껴집니다.

6천만 마리 나비가 만드는 광경, 마리포사 모나르카

모렐리아를 가장 유명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많은 분들이 식민지 건축이라고 답하실 겁니다.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이 도시에서 진짜 한 번뿐인 경험을 꼽으라면, 제왕나비(Mariposa Monarca)를 보는 일을 첫손에 꼽겠습니다.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캐나다와 미국 북부에서 살던 제왕나비들이 멕시코 미초아칸(Michoacán) 산속으로 날아옵니다. 이동 거리가 최소 4,800km에 달하는데, 곤충 중에서 이렇게 장거리를 이동하는 종은 제왕나비가 유일합니다. 이 놀라운 생태 현상을 보전하기 위해 지정된 것이 모나르카 마리포사 모나르카 생물권보전지역(Monarch Butterfly Biosphere Reserve)입니다. 생물권보전지역(Biosphere Reserve)이란 유네스코가 생태계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해 지정한 특별 보호 구역을 말합니다. 이 지역 역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출처: UNESCO World Heritage Centre)

가는 길이 쉽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학생 때라 여행사 투어는 엄두도 못 내고, 현지 버스를 타고 주민들과 함께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갔습니다. 창밖은 낭떠러지였고, 버스는 좁은 산길을 아슬아슬하게 비집고 올라갔습니다. 한두 시간을 내내 마음을 졸이면서도, 안개가 걸린 산의 풍경에는 계속 탄성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전나무 숲 속에서 나비들을 처음 봤을 때, 그간의 고생이 한 번에 다 괜찮아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나비들이 나뭇가지에 빼곡하게 붙어있어 가지가 휘어질 정도입니다. 사람들의 어깨와 머리 위에도 나비가 내려앉아, 다들 환한 표정으로 포토타임을 즐기는 광경이 펼쳐집니다. 이 보호구역을 현지 주민들은 '성소(Santuario el Rosario)'라고 부릅니다. 성소(Santuario)란 신성하고 경건한 장소를 뜻하는 스페인어인데, 실제로 그 숲 안에 서보면 그 이름이 전혀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모렐리아에서 이 보호구역을 방문할 때 알아두면 좋은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모렐리아에서 동쪽으로 차로 약 2시간 거리에 위치하며, 현지 버스나 여행사 투어 모두 이용 가능합니다.
  2. 나비를 볼 수 있는 시즌은 11월 초부터 3월 말까지로, 1~2월이 가장 개체 수가 많은 절정기입니다.
  3. 보호구역 내 산길은 고도가 높아 체력 소모가 크므로, 방문 전 컨디션을 충분히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4. 현지 버스는 비용이 저렴하지만 산길이 험하고 이동 시간이 길기 때문에, 체력에 자신 없다면 여행사 투어를 고려해볼 만합니다.

파츠쿠아로, 모렐리아 근교에서 가장 조용하고 깊은 곳

모렐리아 여행에서 근교 당일치기를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파츠쿠아로(Pátzcuaro)를 선택하겠습니다. 모렐리아에서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인데, 들어가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파츠쿠아로 호수(Lago de Pátzcuaro)는 미초아칸 고원지대에 자리한 화산호(Volcanic Lake)입니다. 화산호란 화산 활동으로 생겨난 분화구나 칼데라에 물이 고여 만들어진 호수를 뜻합니다. 호수 위에는 하니치오 섬(Janitzio Island)이 떠 있는데, 배를 타고 들어가다 보면 나비 모양의 그물을 이용해 고기를 잡는 어부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나비 그물(Mariposa Net)은 이 지역 원주민 푸레페차(Purépecha) 족의 전통 어로 방식으로, 지금도 관광 명소이자 실제 생업 도구로 사용됩니다.

섬 언덕 꼭대기에는 독립 영웅 모렐로스의 거대한 동상이 서 있습니다. 동상 내부로 올라가면 멕시코 독립 전쟁을 묘사한 벽화들을 볼 수 있는데,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꼭 들러볼 만한 곳입니다. 파츠쿠아로는 특히 디아 데 로스 무에르토스(Día de los Muertos), 즉 죽은 자의 날 행사로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죽은 자의 날이란 매년 11월 1~2일에 조상의 영혼을 기리는 멕시코 전통 축제를 말합니다.(출처: UNESCO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이 기간에는 하니치오 섬 전체가 촛불로 가득 찬다고 하는데, 그 장면을 직접 보신 분들은 평생 잊지 못한다고 합니다.

파츠쿠아로를 그냥 모렐리아 근교 소도시 정도로 가볍게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마을 자체의 분위기가 모렐리아 못지않다고 생각합니다. 호수변 작업장에서 현지 장인들이 만드는 수공예품을 구경하거나 사는 재미도 있고, 관광지화가 덜 되어 있어서 더 가볍게 걸어 다닐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모렐리아는 멕시코 안에서도 조용히 깊이 있는 여행을 원하는 분들에게 잘 맞는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칸쿤이나 멕시코시티처럼 화려하거나 분주하지 않지만, 식민지 건축, 자연의 기적 같은 제왕나비, 그리고 전통이 살아있는 근교 마을까지, 한 도시 주변에 이렇게 다양한 층위의 경험이 쌓여 있는 곳은 흔치 않습니다. 이 도시가 낯설게 느껴질수록, 막상 도착하면 예상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가져가게 됩니다. 여행 시기를 고민 중이라면, 나비 시즌인 11월에서 2월 사이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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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expedia.co.kr/Morelia.dx2348
https://whc.unesco.org/en/list/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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